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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5-33 챗GPT의 등장 이후 많은 글이 소위 생성형AI를 활용하여 쓰이게 되었다. 비즈니스 문서는 물론이며 대학생의 논문쓰기에도 활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창조적인’ 글쓰기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건 ‘기계’가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다라는 주장—주로 문학가들 쪽에서 나오는—이 지금까지는 대세였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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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5-32 "자살자라는 단어에 조금 더 민감할 필요가 있다. 이 단어는 실은 집착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시민사회에서 자살자라는 단어는 결코 공인된 어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어 자살자는 증기기관차와 사진기가 그렇듯 오랜 전통과 유서가 없는 새로운 단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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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5-31 "이것은 일본인과 한국인이 유독 러시아문학에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흔히 근대문학의 특징으로 이해하는 ‘아버지에 대항하는 아들’이라는 주제란 실은 유럽문학의 주제가 아니라 러시아문학의 주제였다.""문제는 이런 후진성이 20세기에 들어서면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정신적 위기와 병적 징후에 대한 놀라운 직관력으로, 다시 말해 실존주의의 원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러시아문학에서 발견하는 어떤 심오함이란 바로 이때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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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5-21 앤드류 노먼 윌슨이 쓴 두툼한 톨스토이 평전에서조차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이 작품은, 1880년대 후반에 구상되었지만 정작 쓰인 것은 톨스토이의 말년인 1902년 가을에서 1904년 2월 사이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생전에는 발표되지 못했다. 그러다 사후 1년 후인 1911년에 나온 『톨스토이 사후 작품 모음집』 제1권에 비로소 실리게 된다. 일종의 유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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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5-13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말은 ‘근대문학의 기원’이라는 말과 대응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실제 ‘근대문학’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그것이 모든 곳에 침투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그것을 ‘근대문학의 종언’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하지만 근대문학이 앞으로 번창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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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5-12 몇 년 전에 일본에 놀러 오신 한국분과 함께 당일치기로 교토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여러 명소를 돌아다니다가 지쳐 어느 카페에 들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쩌다 ‘중간소설’이라는 단어가 화제에 올랐다. 낯선 단어였는지 그분이 좀 당황하셨기에 “본격 소설과 대중소설(오락소설)의 ‘중간’에 위치하는, 일본에만 있는 특유의 소설”이라고 설명했는데, 내 자신도 그것만으로는 좀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어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을까 계속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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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5-11 그런데 올렌카는 정말 그토록 비판을 받아야 할 존재일까? 체호프가 올렌카라는 여성을 창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올렌카와 같은 여성을 긍정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희화화하기 위해서였을까. 연구자들은 대부분 후자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체호프가 쓴 편지에서 그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언급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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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22 플라톤은 ‘시인’을 그의 ‘국가’에서 추방했다. ‘시인’이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언어를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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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21 위 경력만 보면 그냥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아주 특이한 경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AV출연이었다. 그것도 우발적인 충동으로 한 편만 출연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여고생 시절, 방과 후 젊은이의 거리인 시부야에서 놀다가 우연히 블루셀라샵(여고생이 입고 난 블루머나 세일러복 또는 속옷을 수집광들에게 파는 가게)에 드나들게 되고 팬티를 팔아서 용돈을 벌기도 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술집에서 알바를 하다가 길거리 스카우트가 된 것을 계기로 수 년 간 70여 편의 AV에 출연했다고 하니 여배우의 노출이 큰 논란이 되는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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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마감완료) 2025년 〈아나토미〉 후원 구독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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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13 천만 명이 넘는 인간이 빼곡히 들어찬 도시에서, 그녀는 자신이 한없이 고독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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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12 "무엇보다 세상 모든 것에는 저마다 값이 있다는 것 그리고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수 있는데도 거저 돈을 주는 사람은 완전 바보라는 것을 경험했죠. 그리고 이번에 내가 사려는 건, 엘제, 그게 아무리 많더라도 당신이 그걸 판다고 손해를 보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 일이 우리 둘 사이의 비밀로 남을 거라는 걸 내 맹세해요. (중략) 그리고 나는 이 상황을 우리 계약에 규정된 것과 다르게 이용하지 않을 거라는 점 또한 맹세해요.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건 단 하나, 십오분 동안 당신의 아름다움을 몰두해서 바라보는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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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11 그렇다면 가라타니 고진의 후계자는 누구일까? 어쩌면 이런 질문 자체가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애당초 가라타니 스스로가 누군가의 제자라고 말한 적도 또 불린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제자로, 또 어디 출신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강아지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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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03 소위 ‘성공담’에서 배울 것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따라서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울 것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기에 이번에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책 제목은 바로 『장르소설가의 실패학』, 저자는 2004년 ‘일본판타지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소설가 히라야마 미즈호다. 지금까지 30권에 가까운 책을 냈으니 남들 눈에는 나름 성공한 작가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는 작가로서 자신은 실패했다고 고백하니….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일단 히라야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구독자 전용)24(10-3) 실패한 장르문학가의 고백 - 장르문학 지망생을 향한 히라야마 미즈호의 고언출처: https://sozo.tistory.com/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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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02 이처럼 ‘한강 신화 만들기’에 모든 언론이 몰두하고 있는 오늘날, 모 배우는 자신이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예측했다고 말하고, 모 출판평론가는 “박세리 키즈, 김연아 키즈가 나왔듯이 문학계에서 한강 키즈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심지어 “제2의 한강을 키우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비어천가’가 끝없이 울려퍼지는 이런 분위기에서 영향력이 없는 평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왕의 수발을 드는 내시가 되는 것밖에 없다. (구독자 전용)24(10-2) 노벨문학상의 경제학 -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수상하지 못했을까출처: https://sozo.tistory.com/852 [아나토미 ANATOMY sinc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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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101 이 글을 완성한 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여서 정작 문학인이나 출판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모두가 원하던 그것이 도둑같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자신은 예상하고 있었다고 떠드는 사람이 있기는 한다. (중략) 한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조롱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유럽, 미국, 아시아 하는 식으로 돌아가면서 상을 주는 관례를 보건대, 아시아 작가가 다시 상을 받으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데, 하루키가 그때까지 과연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몸 관리나 잘 하라고 조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한국의 문학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그렇다면 한국문학은 이제 K-문학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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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니토미 24-72 히로유키라는 이름은 한국사람에게는 그 악명 높은 2채널 전 관리자로서 알려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2021년 3월에 LINE(주)이 일본의 15~24살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믿음직한/참고로 하는 유명인사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일본에서 가장 등록자수가 많은 유튜버인 HIKAKIN 다음에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으로 알 수 있듯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절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그가 2020년 3월에 낸 『1%의 노력』이라는 책은 무려 34만부나 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에 들어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책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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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24-71 과거(많은 경우 미래로 설정되기는 하지만)를 소환함으로써 현재를 재단하는 것이 SF라면, 현실을 단순화함으로써 과거(사건)의 본질에 접근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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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6-4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경력과 경험에서 오는 리얼리티가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것이 한국소설과 일본소설 간에 존재하는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중략) 문학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설가들 중 몇 명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이는 말하자면 ‘문학 안에서 순수배양’된 작가들이란 말인데 이런 작가들이 쓴 작품에는 앞서 말한 ‘경력와 경험에서 오는 리얼리티’를 찾기가 힘들다. 물론 그들이 쓰는 소위 ‘순수’ 문학에는 세부의 리얼리티보다 더 중요한 ‘삶의 진실’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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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6-3 노파심에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글은 정지돈에서 시작되었지만 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최근의 논란과는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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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6-2 “내가 칸트라고 부르는 것은 ‘작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 서양이나 독일에 의해 전유된 철학자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칸트의 텍스트는 ‘퍼블릭’하게 열려 있다. 나는 그 가능성을 칸트라고 부르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단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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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6-1 “어쩌다 주변에서 발생한 지극히 개인적인 불행을 사회적인 불행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처럼 느끼는 보잘 것 없는 의지, 그리고 그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보잘 것 없는 전략. 이것이 근대소설이라 불리는 담론의 진짜 모습이다. 그리하여 ‘문학’은 19세기 중엽 이래로 이 보잘 것 없는 전략의 초라함을 은폐함과 동시에 그 초라함을 착각으로 확대시키려는 시도가 펼쳐지는 불확실한 환경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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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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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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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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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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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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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아나토미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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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비평구독 4-5 사실상 같은 세대인 하루키와 이문열이 전혀 다른 문학세계를 보여준 데에는 ‘아버지에 대한 태도’가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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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리스트 비평구독 4-4 나를 어둑한 정류장에 내려준 버스는 또 다른 어둠 속을 달리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나는 현실로 돌아왔지만, 초류향은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유덕화는 홍콩의 밤거리를 계속 헤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