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확실한 감각으로 파악할 수 없기에 만족스러운 체험을 할 수가 없고, 무언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초조함이 어느샌가 단조롭고 반복적인 리듬에 동조해 버린다. 거기서 권태감만이 존재를 무위와 나태한 시간으로 매몰시킨다. 이럴 리 없어, 라며 현재의 삶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결국은 과거를 떠올린다. 또 이게 아닌데, 라며 미래를 조망한다. 과거에는 확실한 감각으로 만지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지만 지금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사라져 소멸해 버린 무언가에 대한 막막한 회한, 또는 지금 만지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지되어 있는 무언가에 대한 억누를 수가 없는 욕망, 그와 같은 과거와 미래가 그리는 이미지의 선명함에 대한 바로 지금이라는 순간의 불확실함."